자율신경실조증이 사람을 미치게 하는 이유

이전 포스팅에서 자율신경실조증에 걸린 여러분이 오히려 어떤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확실히 고난은 지혜를 발휘하게 만들고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면이 있습니다. 그런 고난이 매일 어김없이 찾아와도 다시 도전하고, 또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는 여러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고난이 낳은 지혜가 발휘되기 전까지 필자는 거의 폐인이었습니다. 자율신경실조증이 얼마나 사람을 궁지에 몰아가는지 제 경험담을 포스팅해보겠습니다.

 

 

자율신경실조증에 걸린 당신은 행운아다

 

해외구매대행 아마존에 주문 상품이 품절되면 그것이 찾아온다

필자는 또 한가지의 파이프라인으로 해외구매대행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미국 상품인 건강기능식품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또 위해성분을 걸러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다시피 했습니다. 위해성분은 누가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을 뿐더러 성분표를 보고 일일이 구별해내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노력이 들었습니다. 성분마다 치열한 논란이 있기 때문에 관세청이나 식품안전처에 매일 전화하다시피 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필자의 몸이 극도로 쇠약해져 있을 때 이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상품을 업로드할 때마다 스트레스가 극심했습니다. 사람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온라인 업무를 선택한 것인데 오히려 사람과 더 많은 접촉이 생깁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알프람을 한 알 먹고 시작하지 않으면 도저히 힘들어서 하루 할당량을 채우지 못합니다.

 

어쨌든 몇 개월에 걸쳐 플랫폼에 올릴 수 있는 상품수 5천여개를 업로드 마치고 상품을 주문받는 일만 챙기면 되겠구나 며 안도합니다. 적어도 힘든 과정은 다 마쳤으니 후련합니다. 더이상 관공서에 전화할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 일은 엉뚱한데서 터집니다.

 

바로 주문 상품이 도매처에서 품절되는 일이 잦습니다. 운영 초반에는 단 한건의 주문이 너무나 소중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수익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면 그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다보니 도매처에 재고 확인하는 작업 자체가 트리거가 됩니다. 재고가 있고 없고를 떠나 그 행위가 발작의 신호탄이 됩니다. 강박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피아노를 치다가 조금만 감정을 넣어도 그것이 찾아온다

필자는 매일 피아노를 치는 습관이 있습니다. 이제는 이제껏 쳐 온 것이 아까워서라도 피아노를 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매일 치는데 매일 틀릴때면 재능은 없구나 인식하며 치지만 어느 날은 제가 생각해도 완벽하게 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은 최악의 경우가 있습니다. 너무 좋은 컨디션이다보니 감정이 흘러넘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감정으로 템포를 주다 늦추다보니 그것이 스트레스가 된 것입니다. 순간 당황했습니다. 손 끝이 덜덜 떨리면서 건반을 누를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발작이 찾아온 것입니다.

 

필자는 그 때 허탈함에 눈물이 났습니다. 이 병이 나를 이렇게까지 궁지에 몰아넣는구나며 가슴을 친 적이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나 가슴을 치며 통곡하는 장면을 보았지 실제로 발작이 오면 가슴을 치게 되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죄없는 피아노가 원수인양 한동안 피아노를 쳐다보지 않습니다. 먼지만 켜켜이 쌓여갑니다.

 

예능을 보다가 웃어도 그것이 찾아온다

한 번은 주말에 밀린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너무 웃겨서 발작이 왔습니다. 자율신경실조증이란 바로 이런 무서움이 있습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발작이 찾아오다보니 모든 상황이 두렵기 시작합니다. 남들이 볼 때 아무렇지 않은 자극조차도 환자에게는 큰 스트레스입니다. 그 자극의 강도가 본인이 생각했을 때도 어이없지만 결국 발작은 찾아옵니다.

 

그러니 만약 여러분의 주위에 필자와 같은 자율신경실조증 환자가 있다면 '뭘 이까짓 일로 벌벌 떠냐, 새가슴아.' 와 같은 말씀은 지양해주시길 바랍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발작은 강박에서도 오며, 강박이 아닌 상태에서도 오는 전천후 공격입니다. 그러므로 환자는 대처하기 쉽지 않은 것입니다. 발작이 오면 당황하고, 당황은 더욱 큰 공포를 불러옵니다.

 

결론

필자는 여러분의 심정을 백 번 이해합니다. 주야를 가리지 않고 일상 생활에서 오는 공포와 수면 중에 오는 발작이 여러분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러나 이것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마음대로 되지 않아 허탈해지는 경우도 종종 생기지만 다시 도전하십시오.

 

자율신경실조증이 아니라더라도 우리는 매일 인생에서 실패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면 오늘은 안되었나 보구나 하고 내일 다시 극복이라는 단어를 상기하십시오. 결국 나로 인해 온 질병이므로 나로 인해 극복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