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치안과 시장의 공정성만 관리하면 된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대표적인 시장의 자율성을 역설한 저서입니다. 이름이 '국부론'이라고 해서 국가가 주도하는 경제관이라고 오해하실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1729년 태생 영국 출신의 애덤 스미스는 자유방임주의의 아버지로서 국가는 시장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하고, 국민의 안전과 자율경쟁에 대한 공정성만 지켜주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하며 그 유명한 말인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경제는 원활하게 굴러가고 결국 국가가 융성해진다는 논리였습니다.
국부론은 크게 5가지의 경제 원리로 나뉩니다.
- 사람은 합리적인 이기심을 가진다. 사적 이윤의 추구가 효율을 극대화시킨다.
- 분업은 생산성을 증대시킨다. 수공업 시대에는 장인이 긴 시간을 들여 모든 작업을 해서 하나의 물건을 만들었다면, 분업화 시대에서는 공정을 잘게 나누어 시간 활용을 극대화시켜 생산성을 증가시킨다.
- 극대화된 생산성은 결국 국가의 부와 연결된다.
-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고 국가는 최소한의 관리만 하면 된다.
- 수요와 공급을 결정짓는 도구는 화폐와 물가이다.
그러나 시대의 사상은 반드시 반대에 부딪힌다
시장의 자율성은 만능이 아니였습니다. 규제가 없고 탐욕이 넘치면 반드시 문제가 생깁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애덤 스미스가 태어난 지 딱 200년 되던 1929년에 미국에서 대공황이 터졌습니다. 물론 그전에도 시장의 자율성은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유럽에서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원인이 됩니다. 국가 간의 탐욕이 도를 넘어선 것입니다.
다시 대공황의 이야기로 넘어와서 이야기하겠습니다. 미국은 대표적인 농경 국가입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1900년대 초반 유럽에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그 물자를 제공하는 나라가 미국이었습니다. 식량뿐만 아니라 군수품의 생산 전초기지가 되었습니다. 미국의 산업은 발전하고 경제 규모도 유럽을 압도했습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전쟁 물자의 수요가 갑자기 없어져 버렸습니다. 전쟁 특수로 누렸던 찰나의 호황이었습니다. 미국인들은 전쟁이 영원할 것처럼 막대해진 부를 여기저기 투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중에 돈이 많으면 거품이 형성되고 이것을 위험하다고 판단한 큰 부자들은 자산에서 투자금을 빼기 시작합니다. 도미노처럼 자산가격은 폭락하고 기업과 은행도 버티지 못해 파산하고 맙니다. 곧 미국인들은 직장을 잃게 되고 그 당시 미국 실업률은 25%에 달하게 됩니다.
존 케인즈의 수정자본주의와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
1883년 태생 영국 출신의 경제학자 존 케인즈는 자유방임주의가 결국 공황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의 주장은 극심한 경기 침체기에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가가 사업을 해서 고용을 늘리면 국민은 그 월급으로 소비를 해서 내수가 좋아지는 선순환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자유방임주의는 빈부격차가 심했고, 환경에도 신경쓰지 않는 등 문제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국가가 개입하여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고 본 것입니다.
대공황이 터진 미국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케인즈의 사상을 적극 도입합니다. 미국의 32대 대통령인 루즈벨트 대통령은 공공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댐 공사를 대대적으로 벌려 실업자들을 고용합니다. 댐은 수력발전이 용이하기 때문에 그곳에서 생산된 전기는 기업에 값싸게 공급됩니다. 여기에 은행법을 개정하여 통화에 안정을 가져옵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정책들을 새로 시작한다는 뜻으로 '뉴딜정책'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공황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되었고, 신은 미국을 보우하사 제 2차 세계대전이 터지는 바람에 이전 산업도 다시 활성화되어 미국은 강대한 국가로 발돋움하게 됩니다.
오일쇼크가 다시 자유를 외치다
경제는 돌발상황에 취약합니다. 전쟁이 그렇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는 국가는 그야말로 경제는 박살이 나고 생존이 우선됩니다. 그 반사이익을 얻는 나라가 있을 수도 있으나 전쟁은 결국 물가를 올리는 원인이 됩니다. 1970년대 중동에서 전쟁이 나면서 화석연료만이 유일한 연료였던 시대에서는 연료 수급이 막혀 그야말로 쇼크였습니다. 물가가 살인적으로 오르고 기업의 생산은 줄어듭니다. 실업률이 오르면서 서민들의 생활은 위축됩니다. 이것이 물가는 오르지만 경기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입니다.
이때까지 '케인즈'파가 경제를 잘 이끌어왔지만 그 방법도 먹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스태그플레이션은 진퇴양난이기 때문입니다. 돈을 풀면 물가가 더욱 오르고, 다시 규제를 하면 더욱 경기가 침체됩니다. 그러자 '신자유주의'가 나타납니다. 애덤 스미스의 기조가 다시 등장합니다. 작은 정부를 외치며 시장의 자율성에 맡기면 고통스럽겠지만 스스로 물가가 낮아질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침체는 돈이 없어 소비를 안 하게 되니 물가가 아무리 올라도 결국에는 떨어진다는 논리입니다. 그런 다음 약간의 정부의 정책으로 경기를 활성화하자는 것입니다.
실제로 레이건 대통령은 대대적인 기업의 감세정책으로 이 난국을 타파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이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것은 당시엔 몰랐을 것입니다. 기업으로부터 받는 세금이 줄자 복지가 부실해졌고, 빈부격차는 심화됩니다. 그리고 금융규제도 철폐하면서 무분별한 금융상품이 파생되었고 그것이 촉발되어 2008년에 결과로 나타난 것입니다.
다시 자유방임주의는 문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총평
어떻습니까? 여러분은 어떤 경제 사상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경제의 기조는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습니다. 원인이 있어 결과가 나타났는데 그것이 다시 원인이 된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역사가 기록되는 한 영원히 반복될 것입니다. 현재도 그렇습니다. 미국의 작은 은행이 파산하여 유럽의 큰 은행으로 그 불똥이 튀었습니다. 모두 화들짝 놀라 미국과 유럽은 한마음이라도 된 듯 적극적으로 개입합니다. 자유에 맡기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일탈이 있다면 채찍을 들어야 할 때도 분명 있습니다. 청정한 경제가 되어야 우리 서민들도 안심하고 경제활동에 임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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