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은 어떻게 오는가
경제의 모든 현상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시중에 돈이 많아 월급이 오르고 구매력이 오르면서 사람들은 물건을 사려는 욕구가 커집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물건과 서비스의 가격이 오릅니다. 이를 '수요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공급에 관련되어 오르는 것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싼 가격의 원자재로 비싼 가치를 만들어 판매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원자재의 가격이 갑자기 올라 비용이 크게 늘었습니다. 그러면 기업은 마진의 폭을 맞추려고 할 테니 판매가도 오르게 됩니다. 이를 '비용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주로 연료, 철강, 곡물, 임금 등이 그 원인이 됩니다.
그렇다면 지금 뜨거운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왔을까요? 기저에는 '수요 인플레이션'이 바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트리거가 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파월 의장은 작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연내에 금리를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다시피 연설했습니다. 하지만 그해 2월 들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합니다.
러시아는 원유, 가스 등 에너지 시장을 주름잡는 국가입니다. 특히 유럽을 통과하는 가스관을 지배하는 국가로 이것을 무기화한다면 유럽은 그야말로 암흑의 세계로 변할 위험이 있습니다. 아마 러시아는 전격전으로 전쟁을 단기간에 끝낼 시나리오를 작성했겠지만 장기화될 기미를 보이자 에너지를 무기화하는 행동을 취했습니다. 국제 유가는 급등하게 되고 그것을 원자재로 하는 기업이나 난방, 자동차에 관련된 서민들은 직격탄을 맞습니다. 물가가 끝없이 오릅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생산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식량생산의 전초기지입니다. 밀의 수급이 차질을 빚자 대체재들의 가격이 상승하게 됩니다. 급기야 식용유, 팜유 등이 오르면서 우리 서민들의 먹거리인 치킨 값도 덩달아 오르게 됩니다. 경제는 맞물려 있습니다. 어느 하나의 톱니바퀴가 빠져버리면 모든 것이 멈춥니다. 유통의 경색이 일어나면 모든 분야가 도미노처럼 쓰러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는 원자재, 식자재 등 전방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계기가 됩니다.
인플레이션이 위험한 수치까지 가기 전까지는 이성적인 판단이 어렵다
인플레이션이 슬금슬금 오른다는 것은 좋게 해석하면 경기가 좋다는 뜻입니다. 중앙은행이 물가를 적절히 조절해 주면서 경기가 활황이면 우리는 정말 투자하기 좋은 환경에 있는 것입니다. 심리적으로도 물가가 오르면 우리는 우리의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투자를 하여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만회하려고 합니다. 주로 주식, 부동산이 그 투자 대상이 됩니다.
일단 투자를 시작하면 누구나 수익을 목표로 잡습니다. 수익을 내기 위해 레버리지(대출이나 신용 미수 등)까지 사용합니다. 그래서 수익이 납니다. 왜냐하면 수요가 몰리는 곳에 돈이 몰리고 매수호가가 오르니 가격이 올라갑니다. 사람들은 이제 가족이나 친구들의 돈까지 빌리기 시작할지도 모릅니다.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됩니다. 코스피 3000을 돌파하니 온 나라가 잔칫집입니다. 여기저기서 샴페인을 터뜨립니다. 신용미수잔고가 역대 최대를 찍습니다.
하지만 거품은 임계치가 오면 터집니다. 모든 사람들은 수익이 나는 시점에 어느 전문가가 인플레이션이 위험한 수치까지 오르고 있다는 비관론을 욕하기 시작합니다. 이성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돈의 위험성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갑자기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져 원자재, 식자재 물가가 살인적으로 치솟습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의회는 부랴부랴 금리를 올립니다. 베이비스텝(0.25%), 빅스텝(0.5%)을 거치다가 급기야 자이언트스텝(0.75%)까지 급격히 금리를 올립니다. 이렇게 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높은 금리 때문에 대출은 규제되고 개인과 기업이 투자를 망설이게 됩니다. 그런 이유로 강제적으로 침체를 유발하여 돈이 시중에서 사라지게 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결론적으로는 물가를 잡는 방향성을 제시하게 됩니다.
금리가 맹렬히 오르면 우선 큰 부자들은 주식부터 돈을 빼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옮겨갑니다. 작은 매도 물량으로도 주가는 변동성이 심해집니다. 아무도 주식을 사지 않고 팔려고만 하니 주식의 거품은 완전히 터져버립니다. 부동산도 대표적인 거품의 시장입니다. 여러분들도 현재 뉴스를 보시면 부동산의 가격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실감하실 수 있습니다.
총평
현재 우리는 고물가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소줏값이 6,000원이 될거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한 번 오른 생활물가는 다시 떨어지지 않습니다. 고스란히 서민들이 떠안아야 하는 고통입니다. 그래서 정부와 중앙은행의 역할이 중요한 것입니다. 모두가 미국 연준의 의장 발언만 주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정치나 스포츠를 보면서 우물 안 개구리로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경제는 전 세계적입니다. 가장 큰 세계이고 경제를 알아간다면 국내 사정은 우리가 활동하기에 너무나 비좁습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거나 동결한다고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그다지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을 목격하셨다면 더 큰 세상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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