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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 개론

대한민국은 국가 부도가 난 적이 없다(IMF 구제 금융)

by 럭키대디2727 2023.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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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대한민국 경제의 주소

1990년대에 이르러 대한민국은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뤄냅니다. 한강의 기적, 아시아의 용과 같은 수식어가 붙으며 세계로 뻗어나가는 대한민국이었습니다. 국가 신용도 면에서도 10%가 넘던 금리도 차차 안정되어 10% 이내의 금리가 적용되었으며 정부와 기업은 한 몸이 되어 경제 발전에 이바지했습니다. 기업은 정부의 지원하에 사업을 확장하고 공장 증설 등 투자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그런데 투자를 하려면 자본이 필요합니다. 당시 우리나라의 금리는 7~8%로 지금과 비교하면 초고금리였지만, 1980년대와 비교한다면 반토막 난 금리였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더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국가가 있었습니다. 초강대국가인 미국이었습니다. 미국은 3%대의 초저금리를 이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종금사는 미국에서 달러를 싸게 빌려와 국내 기업에 대출을 하게 된 것입니다. 당시 원화강세였기 때문에 계산을 해보면 금리가 없다고 봐도 무방했습니다. 

 

기업은 자금이 넘치니 문어발식 확장에 박차를 가합니다. 무분별한 달러의 대출이 이뤄집니다. 아무도 국가의 발전에 의문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간혹 라디오에서 회사가 부도났다는 식의 소식만 간간히 들려올 뿐입니다.

 

파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기습

미국은 1994년부터 금리인상을 단행합니다. 13개월 동안 6%까지 금리를 끌어올립니다. 미국에서 금리를 올리면 어떻게 될까요? 바로 종금사나 은행에서 빌린 달러의 이자가 급격히 불어납니다. 금리가 오르면 각종 대출이 줄어들고 투자도 줄어들며 기업의 생산성도 줄어듭니다. 미국 시중의 돈이 말라가기 때문에 달러의 가치는 급격히 오릅니다. 그래서 원화강세였던 환율이 역전이 됩니다.

 

미국은 자신들의 돈인 달러도 시중에서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외국에 빌려줬던 돈이라도 찾고 싶어합니다. 채무상환을 요구하게 되면서 종금사와 은행은 점점 곤란해집니다. 종금사와 은행도 국내 기업에 빚 상환을 독촉합니다. 국내 기업은 문어발식 확장에 치열한 기업 인수전에 참여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상환 요구에 재무가 점점 부실해져 갑니다. 

 

당시 대한민국은 고정환율을 적용하던 때였습니다. 고정환율이란 일정 환율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을 이야기합니다. 만약 800원대의 환율이 지켜져야 한다면 정부는 모자란 달러를 국고에서 내와서 방어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달러를 무한정 찍어낼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달러를 빌려주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우리나라의 달러는 국고에서 씨가 마릅니다.

 

 

대한민국은 디폴트(부도)가 아니라 모라토리엄 선언

이때 외국의 은행에서는 대한민국의 유동성 위기에 대해 리포트를 냅니다. 과도한 달러 빚을 지고 있는 데다가 국가가 수출입에 대한 달러결제를 보증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런 리포트는 달러의 탈출을 더욱 부추깁니다. 달러는 점점 말라가고 환율을 방어하기 위한 국고의 달러조차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환율은 1달러당 2천원에 육박했습니다.

 

기업은 빚을 결국 갚지 못해 부도가 납니다. 그 돈을 빌려준 종금사나 은행도 연달아 문을 닫습니다. 은행의 부도는 서민들에게도 직격탄을 날립니다. 그 누구도 돈을 찾지 못합니다. 생계에 위협을 느낀 서민들은 집이라도 팔아서 생존하려고 하지만 서로 앞다퉈 호가를 내리다 보니 부동산 시장도 박살이 납니다. 

 

국가, 은행, 기업, 가계 모두가 살 길이 없습니다. 숨기기에만 급급했던 정부도 결국 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했습니다. 이 날을 '국치의 날'이라고 언론은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우리는 이때를 국가부도의 날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정확히는 그렇지 않습니다. 디폴트(부도) 선언은 완전한 채무불이행을 말합니다. '나도 몰라, 그냥 배 째' 하는 것이 디폴트입니다. 정확히는 모라토리움(채무지급유예)입니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돈을 갚을테니까 상환을 연기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모라토리움을 선언하고 IMF에 구제 금융 550억불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을 갈아엎을 위대한 기회였는가 

정부, 은행, 기업 그리고 가계까지 우리는 온통 축제였습니다. 남의 돈을 가지고 벌인 잔치에 너무 취해 있었습니다. 파티가 끝난 자리엔 쓰레기만 뒹굴러 다닐 뿐입니다. 이제 대가를 치를 때입니다. 

 

우리가 구제 금융을 받은 대가로 IMF는 경제 정책에 깊이 관여합니다. 채권자로서 대한민국에게서 채무를 상환받으려면 대한민국의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음을 강요했습니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직장은 평생직장을 의미했었지만 구조조정을 감행함에 따라 직원들은 명예퇴직을 종용받았으며, 계약직의 직종이 크게 늘어납니다. 더군다나 IMF는 외국 자본이 대한민국에 들어오는 상한선을 크게 늘립니다. 이것은 경제적인 지배력을 늘려 식민지화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굴욕적입니다. 

 

굴욕은 교훈으로써 잊지 말아야 합니다만 우리는 아직 멀었습니다. 곧 닷컴버블이 주식시장을 휩씁니다. 게다가 카드대란으로 국민들은 신용불량자가 되고 맙니다. 우리는 큰 아픔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얻은 것이 없었습니다. 그저 남의 돈이라면 자신의 신용이 어떻게 되든 간에 일단 쓰고 봅니다. 

 

필자의 세대는 우리 아버지 세대가 어떻게 망가지는지를 처절하게 보아왔습니다. 그들은 다시 실수를 저질렀지만 우리는 아닙니다. 우리는 역사를 되돌아보고 곱씹습니다. 치욕을 가슴 속에 고요히 묻어둡니다. 돈에 대해 냉정한 자세를 유지하려고 애씁니다. 신용이 곧 목숨이라는 것도 압니다. 우리는 그때의 치욕을 잘 순화시켜 발판으로 삼았습니다. 다시 이런 실수를 하지 않으면 됩니다.

 

무분별하고 경제 공부가 부족한 경제활동은 반드시 우리를 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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