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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 마인드

찢어지게 가난한 빌복이의 인생역전

by 럭키대디2727 2023.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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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한자-정마름모-안에-원

이번 포스팅은 구전 설화입니다. 빌복이라는 사람의 인생기인데 그 이야기가 아주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설화이기 때문에 판타지스러운 설정도 많은데 이야기의 배경보다는 빌복이의 심리 변화를 중점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지긋지긋한 가난을 극복하려는 빌복

산-나뭇짐-해오는-지게꾼

어느 마을에 빌복이라는 사람이 살았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해서 산에서 나무를 해다가 그날 겨우 입에 풀칠을 하며 생계를 근근이 이어가는 빌복이었습니다. 어느 날 빌복이는 산에서 나무를 하면서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내가 조금만 더 부지런하면 지긋지긋한 가난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더라도 허리 정도는 피고 다닐 수 있지 않을까 하며 그 날은 나무를 한 짐 더 해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장날에 내어놓을 나무짝을 챙기려 보니 평소 해 온 나무짝 두 짐 밖에 눈에 띄지 않습니다. 추가로 해 온 나무짝 한 짐이 보이지 않습니다. 일단 의심을 뒤로 한 채 나무를 장에 내다 판 뒤, 그 날은 산에서 추가로 두 짝을 더 합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다음 날도 그 두 짐이 없어지고 평소 해 온 나무짝의 양만큼만 남아 있습니다.

 

도둑이 들고 가는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한 빌복이는 그 날 밤은 자지 않고 헛간을 몰래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밤이 되자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나무짝이 둥실 떠오르더니 하늘로 올라갑니다. 빌복이는 황망하였지만 일단 나무짝을 붙잡고 놓지 않습니다. 그렇게 빌복이는 나무짝에 실려 하늘로 올라갑니다.

 

옥황상제를 만난 빌복

옥황상제-동상

빌복이는 정신을 차려 보니 하늘 대궐의 어느 마당에 앉아 있는 것을 알아챕니다. 그 곳에는 백발과 흰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노인이 빌복이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빌복이는 그 노인의 정체가 궁금하여 물었는데 그 노인은 자신을 '상제'라고 대답합니다. 그런데 상제의 옆에는 빌복이가 산에서 해 온 나무짝이 쌓여 있습니다. 빌복이는 상제에게 내 나무짝들을 가져가신게 상제님이 맞냐고 물었습니다. 상제는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빌복이는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어떻게 가난하지만 부지런히 살아가는 사람의 재산을 몰래 훔쳐가는 것이냐고 따집니다. 그것도 상제씩이나 되는 사람(?)이 말입니다. 상제는 애석하지만 그것이 빌복이 네가 가질 수 있는 재산의 전부라고 말합니다. 즉 빌복이가 평소 산에서 해오는 나무짝 두 짐이 그가 가질 수 있는 그릇의 크기라는 것입니다. 그 이외의 재산은 빌복이의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빌복이는 그 말에 억장이 무너집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희망도 없이 이렇게 살다가 죽어야 하는 것입니까 하며 울분을 토합니다. 그 모습에 상제도 안타까웠는지 빌복이를 어느 창고로 데려갑니다. 그 창고를 보니 안에는 수없이 많은 재물과 천석이 넘는 쌀가마니가 쌓여 있습니다.

 

상제는 빌복이에게 이 창고의 주인은 남덕이라는 사람인데 아직 태어나지 않았으니 그 사람이 태어나기 전까지 이 사람의 재물운을 빌복이 너에게 빌려주겠다고 합니다. 단 남덕이라는 사람이 태어나면 반드시 돌려줘야 한다는 조건을 답니다. 빌복이는 하루만이라도 돈 걱정없이 살다 죽으면 여한이 없겠다고 생각했던지라 흔쾌히 상제와 약속을 합니다.

 

 

옥황상제의 약속대로 부자가 된 빌복이

번뜩 눈을 떠보니 빌복이는 자신의 집입니다. 꿈인가 하니 그 내용이 너무나 생생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빌복이는 그 날부터 일이 술술 잘 풀립니다. 무엇을 내다 팔든 간에 제 값 이상을 받습니다. 돈이 쌓이고 그 돈이 또 돈을 법니다. 어느새 빌복이는 마을 제일 가는 부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돈을 벌고 고래등같은 집을 사고 온통 산해진미와 보물이 집에 쌓여도 빌복이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바로 상제와 한 약속이 늘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밥을 먹어도 모래알을 씹는 것 같고, 창고에 재물이 쌓여도 내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언제 남덕이라는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나 내 재물들을 빼앗아 갈지 전전긍긍합니다. 그래서 빌복이는 결단을 내립니다. 언제 빼앗길지 모르는 재물에 마음고생하느니 차라리 나눠줘 버리고 인심이라도 얻자고 생각합니다. 그 날부터 빌복이는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합니다. 집이 없는 사람은 집을 해주고, 병든 사람은 약을 사주며, 땅이 없는 사람에게는 땅을 줍니다.

 

그런데 남덕이라는 사람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것인지 나눠주는 재물보다 쌓이는 재물이 더 많습니다. 빌복이의 집에는 그의 인덕으로 인해 사람들이 넘치고, 그의 명망은 더욱 높아져 갑니다.

 

그 날은 오고야 말았다

사람-감사-은인

어느 날 빌복이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어려운 사람들을 자신의 집으로 마다하지 않고 들입니다. 그 날은 추운 겨울이었는데 행색이 남루한 거지 부부가 하루 묵고 가기를 빌복이에게 청합니다. 그리고 보아하니 부인은 임신중입니다. 빌복이는 거지 부부에게 따뜻한 방과 음식을 내어주며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물다 가라고 합니다. 마음이 놓인 부부는 긴장이 풀렸는지 부인에게서 산기가 나타납니다. 빌복이는 산파를 불러 부인의 해산을 도웁니다.

 

무사히 아이를 낳은 거지 부부는 아이를 보며 빌복이 덕분에 따뜻한 방과 음식, 그리고 아이까지 얻었으니 이름을 남의 덕을 보았다는 뜻에서 남덕이라고 짓자고 합니다. 빌복이는 바깥에서 이 소리를 듣고 눈 앞이 하얘집니다. 그 날이 오고 만 것입니다.

 

빌복이는 갈등이 생깁니다. 저 내외와 아이만 없애버리면 이 재산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빌복이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재력과 힘이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소리 소문없이 저 가족들을 없애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빌복이는 그 갈림길에서 사람의 마음을 선택합니다. 빌복이는 부부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전부 털어놓습니다. 상제와의 약속을 지켜야 하니 이 집과 재산을 부부 가족에게 전부 주고 자신은 떠나겠다고 합니다.

 

부부도 황망합니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릅니다. 더군다나 이 이야기가 사실이더라도 자신들을 구해준 은인을 내치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사람이라면 빌복이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요? '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이 재산 모두가 우리 아들 남덕이의 것이었으니 그동안 쓴 돈과 이자까지 다 갚으시오.' 라고 사람이라면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부부는 빌복이에게 간청합니다. 그러지 마시고 우리 아들 남덕이를 양아들로 삼아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면 그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합니다. 빌복이도 감동합니다. 더군다나 팔자에도 없던 아들까지 생겼습니다. 그렇게 빌복이는 부부와 양아들과 함께 행복한 여생을 보냅니다.

 

결론

빌복이의 생애를 통해 돈에 대한 마인드가 시시각각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빌복이는 위기가 올 때마다 갈등의 갈림길에서 사람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만약 돈에 눈이 멀었다면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었을 것입니다. 필자가 생각해보건대 빌복이는 재물운의 창고가 텅 비어 있었을 뿐, 사람의 도리에 대한 창고는 가득 차 있었을 것입니다. 설마 하늘의 창고가 재물만 취급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상제도 그것을 알려주려고 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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