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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 인물 이야기

조선 후기 매점매석의 대가 허생(허생전)

by 럭키대디2727 2023.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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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조선시대-경제-조선후기-갓쓴양반-다과

 

어릴 적 어디선가 들은 '허생전'이라는 이야기를 그저 판타지로 듣고 넘겼다면 이번 기회에 그 인물의 대담함과 조선 시대 경제상황이 어땠는지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10년의 글읽기를 달성하지 못한 허생

선비로서 청렴하고 글읽기에 매진하는 허생이라는 양반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글읽기에만 몰두하여 가정을 살피지 못한 허생은 어느 날 아내에게 그동안 쌓여왔던 울분을 한꺼번에 듣게 됩니다.

 

'글을 읽기만 하면 쌀이 나오나요, 떡이 나오나요?' 선비로서 허생은 자신의 본분을 다하기로 각오했지만 아내의 울분에 자신의 마음도 꺾입니다. '내 10년은 글을 읽기로 작정했건만, 그 일을 이루지 못하는구나.' 하고 속으로 탄식하며 집을 훌쩍 나와버립니다.

 

그 길로 허생은 장터에 나가 이 고을에서 제일 부자가 누구인지 묻습니다. 사람들은 허생을 이상하게 바라보며 그것도 모르냐는 어투로 '변씨가 제일 부자요.'하며 알려줍니다. 허생은 다짜고짜 변씨의 집으로 향해 변씨와 독대를 합니다. 그리고 변씨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1만냥만 빌려주시오.' 

 

변씨는 자신이 부자가 되면서 그동안 쌓아왔던 안목을 믿었던 터라 가타부타 말없이 1만냥을 아무 조건없이 내어주었습니다. 허생은 그 돈을 받고 고맙다는 말도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물목의 요충지 안성으로 향하다

각종-야채-채소-곡식-물류

 

허생은 변씨에게서 빌린 1만냥을 들고 조선의 모든 물목이 모이는 안성으로 향합니다. 허생은 안성에서 상인들을 상대로 과일과 채소를 시세보다 2배로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허생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조상들을 모실 제사상의 과일과 채소가 없다면 그 시세가 몇 배는 뛸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매점매석'이라는 방법입니다. 허생은 생각합니다. '조선이라는 나라가 단 돈 1만냥에 경제가 휘청이는구나.' 허생은 과일과 야채를 되판 돈이 무려 10만냥에 이릅니다.

 

 

이번에는 제주도다

말-말총-갓재료-제주

 

허생은 이제 제주도로 향합니다. 제주도에서 나는 말총을 사러가기 위해서였습니다. 말총은 갓의 재료가 되기 때문에 허생은 양반들의 필수품의 조달이 힘들어지면 가격이 오르겠구나 예상하며 말총을 전부 사들입니다. 수요만 파악되면 공급을 장악하는 것은 이미 안성에서의 경험이 있었던 터라 손쉬웠습니다. 방식이 똑같습니다. 매점매석하여 물건이 동이 나 가격이 치솟으면 되파는 형식이었습니다.

 

가격은 몇 배로 올라 허생의 수중에는 이미 수십만냥으로 불어났습니다.

 

허생은 이제 돈을 제법 벌었습니다. 그 때 허생은 나라에 도적떼가 들끓는 소식을 접합니다. 그래서 허생은 그 돈을 들고 도적떼를 찾아갑니다. 홀홀단신으로 찾아온 허름한 차림의 양반이 도적 두목과 담판을 짓습니다.

 

허생이 '땅과 처자만 있으면 도적질을 하겠느냐?'고 묻자 두목은 '웬 미친 양반이 되지도 않는 질문을 하고 그러쇼?'하며 '당연히 도적질을 때려치지.'하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허생이 '그럼 몇 날 몇 시 모처에 모두 오면 돈을 주겠다. 그 돈으로 소 한 마리와 처자를 한 명씩 데리고 오라.'하고는 도적소굴로부터 떠납니다.

 

반신반의했지만 도적들은 약속된 장소에 갔고, 정말로 허생은 그동안 벌어 놓은 돈을 쌓아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돈을 전부 도적들에게 나눠주고 약속한대로 소 한마리와 처자들을 데리고 오게 했습니다. 모두 그렇게 해서 다시 모이자 배에 그들을 모두 태우고 어느 섬으로 떠났습니다.

 

나라는 도적떼가 없어지니 편안해졌습니다.

 

그동안 섬에서 번 백만냥을 바다에 버리다

섬-푸른-하늘-바다

 

허생과 같이 떠나온 도적들은 어느 섬에 도착해 그곳에서 논밭을 일구며 가정을 꾸리며 풍족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 섬은 토지가 비옥하고 기온이 온후해서 일년에 2번 경작이 가능한 땅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근처의 나라에서 흉년이 들어 식량이 부족하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허생은 그 길로 쌀을 들고 그 나라에 가 몇 배의 이문이 남는 장사를 하고 돌아옵니다.

 

이런 허생을 본 도적들은 허생을 구원자처럼 모십니다. 그런데 허생은 어느 날 홀로 배를 띄우고 도적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글읽는 양반이지 한낱 장사치가 아니다. 이만하면 너희들은 자립하여 살 수 있을 것이니 필요없는 돈이 있으면 분쟁의 씨앗이 될 것이다.'며 그 배에 실었던 돈 모두를 바다에 던져버립니다.

 

육지로 돌아온 허생은 그 길로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와 변씨를 만나 그간 빌렸던 돈과 이자를 쳐서 10배의 돈을 갚습니다. 변씨는 자신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그간의 일을 묻고, 허생은 자초지종을 알려줍니다. 

 

'조선의 경제는 너무나 허술하오. 대체할 수단이 없소'

 

결론

매점매석은 현대에 와서는 법에 저촉되는 행위입니다. 자유 시장에서 가격을 교란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조선 시대에서는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시전'이라는 나라의 허가를 받은 상인의 조합에서 모든 물목들을 통제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소설에서와 같이 허생이 시전을 상대로 매점매석한다는 아이디어는 무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시전에 대항한 상인들인 '난전'이라는 조직이 있긴 하지만 그 힘은 시전에 비해 미약합니다.

 

그러나 허생전을 통해 우리가 알게 된 사실은 조선이라는 나라가 아주 폐쇄적이고, 경제고리가 부실했으며,  외국과의 무역이 없는 점이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를 비판하려는 뜻에서 허생을 창조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양반이면서 돈에 대해 대담하고 초연하며 경제에 훤한 허생은 현실에서는 보기 힘들겠지만 꼭 허생이 아니더라도 현재의 경제의 거물들이 냉철한 시각을 가지고 경제를 꿰뚫어보는 아이디어는 비슷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을 행보를 배우려는 태도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답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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