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SG증권 CFD(Contract For Difference)계좌의 대량 매도로 인해 발생한 마진콜에 대해 국내 증시가 휘청대고 있습니다. 이 사태에 관련된 주식의 주가는 연일 하한가를 맞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작전의 희생양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주식 시장은 냉엄하면서도 이렇듯 비논리적인 사고가 발생하는 위험한 곳입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2년 전 월스트리트를 강타한 빌 황(Bill Hwang) 사태에 대해 되짚어 보고자 합니다.
월스트리트의 '고래'로 불리는 빌 황(Bill Hwang)은 누구인가
빌 황은 한국인입니다. 1964년에 태어난 그의 이름은 '황성국'입니다. 그의 아버지가 목회자의 신분으로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면서 그의 가족은 그 때부터 미국 라스베가스에 정착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곧 사망하게 되고 빌 황은 어렵게 생활을 이어가게 됩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빌 황을 미국 유명 대학에 진학시켰고, MBA 과정까지 수료한 석학으로 키웁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는 이민자에게 호의적이지 않았고 결국 빌 황은 국내 증권사의 뉴욕지사에 취직을 하게 됩니다. 이 때 그는 인생의 스승을 만나게 되는데 그가 바로 '줄리안 로버트슨'입니다. 헤지펀드계의 거물로써 '타이거 매니지먼트'의 설립자입니다.
이 헤지펀드에는 막강한 라인업이 구축되어 있었는데 그 중에 빌 황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타이거 매니지먼트도 투자를 잘못하는 바람에 문을 닫게 되고 빌 황은 독립하는 수순을 밟게 됩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여전히 줄리안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진단입니다.
그렇게 독립한 회사가 '타이거 아시아'였습니다. 그런데 법을 넘나드는 위험한 투자를 고수하던 그는 결국 중국 기업과의 내부자 거래로 2012년 고발을 당하게 되고 회사는 다시 문을 닫게 됩니다. 증권거래소에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불명예도 쓰게 됩니다.
하지만 빌 황은 굴하지 않고 다시 회사를 설립하는데 그 회사가 바로 그 유명한 '아케이고스 캐피탈'입니다. 목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빌 황 역시 독실한 기독교인이었습니다. '아케이고스'가 고대 그리스어로 '리더'라는 뜻이고 기독교인 사이에서는 곧 '예수'를 뜻합니다. 공격적인 투자로 그는 성공을 거듭하게 되고 2천 억의 자본금으로 무려 20조를 벌어들이는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TRS(Total Return Swap)은 무엇인가
빌 황의 투자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모읍니다.
- 이 투자금을 증거금으로 해서 PB(Private Banking)와 TRS 계약을 체결합니다.
- 미디어에 따르면 증거금은 단 10%였고 나머지는 모두 PB에서 대여해줍니다.
- 빌 황은 차액에 대해서 수수료를 내면서 공격적인 투자를 비밀리에 모색합니다.
-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은 극히 비밀리에 이뤄지므로 은행은 빌 황이 다른 곳과 계약이 되어 있다는 것을 모릅니다.
- 그렇게 총 여섯 곳의 거대 은행과 거래를 맺습니다.(CS, 노무라,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도이치방크, UBS)
TRS도 CFD와 상당히 유사하지 않습니까? 요점은 증거금(보증금)만 내고 나머지는 은행에서 대출해준 돈으로 최대한의 주식을 보유하며 최대 이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실 이름만 다를 뿐 각자의 역할은 똑같고 시스템도 동일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투자자의 이름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은행들이 빌 황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던 것입니다.
월스트리트 PB(Private Banking) 6곳을 나락으로 보낸 빌 황
그런데 2021년 3월 빌 황이 투자하던 회사가 돌연 운영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주식을 매각한다는 공시를 내게 됩니다. 해당 회사의 주식은 급락하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에 직면합니다. 일주일 사이에 무려 30% 이상 주가가 빠지면서 마진콜이 발생합니다. 이렇게 되면 빌 황은 은행이 요구하는 부족한 담보를 맞춰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만약 담보를 보장하지 못하면 반대매매(강제청산)가 일어나게 되므로 궁지에 몰린 상황입니다.
각 은행은 빌 황에게 주식을 매각하자고 요청하였으나 빌 황은 거절합니다. 이것이 트리거가 되었습니다. 주가는 더욱 빠지고 담보를 보장하기 위해 다른 주식을 매각하여 채우지만 이미 그 주식들도 담보가 한계인 상태였습니다. 이제 강제청산을 시행해도 담보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에 각 은행들은 죽기살기로 블록딜에 착수합니다. 재빨리 블록딜에 성공한 은행은 그나마 손실의 폭을 줄였지만 한 발 늦은 CS와 노무라는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CS는 무려 6조원, 노무라는 2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고 이 사태가 마무리됩니다. 여섯 곳의 총 손실액이 11조원에 달하며, 빌 황은 무려 22조의 투자 실패를 겪게 됩니다.
결론
아래의 표를 통해 빌 황 사태와 SG사태를 비교 분석해 보겠습니다.
빌 황 | SG | |
계좌 | TRS | CFD |
작전 | X | O |
대주주매도 | O | O |
반대매매 | O | O |
손실 | 33조원 | 추산중 |
작전이 개입되었다는 점에서 SG증권 사태가 더 악질적입니다. 사실 빌 황의 케이스는 사기와는 거리가 멉니다. 다만 사태를 최소화시킬 수 있었음에도 실기하여 그 피해를 키웠다는 점입니다. 만약 대주주가 빌 황의 포지션을 알아차려서 의도적인 주식 매각이 있었다면 그 회사의 대주주가 엄청난 비난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기업으로써 있을 수 있는 매각 사유였기 때문에 추측에 지나지 않습니다.
빌 황이 최대 규모의 은행을 바보로 만든 사건입니다. 하지만 그도 월스트리트의 고래로 군림하면서 왜 이런 실기를 범했나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해당 사태는 바보스러운 실수 혹은 고집이 일을 키웠다는 점입니다. 바보가 바보들을 농락했지만 그 피해가 너무나 커서 역사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번 SG사태에서도 회자되는 이유가 그 흐름이 너무나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라면 늘 경계하고 의심하며 역사에서 배워야 합니다. 두 사건이 공통적으로 트리거가 된 계기는 바로 대주주 매도입니다. 만약 우리가 투자를 하는 기업이 어떤 이유로든 대주주가 매각을 한다는 공시가 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판단은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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