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문장이 바로 '배드 이즈 굿'입니다. 시장의 지표가 나쁘게 나오면 흔히 악재로 작용하는데 악재가 호재라는 것입니다. 역시 시장은 비이성적입니다. 필자도 나름대로 긴 투자생활을 해왔지만 처음 겪는 현상에 어리둥절합니다. 급격한 금리 인상시기에 필자는 학생 신분으로 경제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경험부족임이 확실합니다. 경험부족을 인정하고 공부하는 자세로 블로그에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연준의 굴욕, 유동성 공급이 미친 결과는 물가상승과 침체
미국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여러차례 금리를 인상한 이력이 있습니다. 보통 금리를 인상하는 이유는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결정입니다. 유동성이 풀리면 경기는 좋아지지만 돈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물가가 상승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래서 연준은 늘 물가 동향을 주시하며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립니다.
그러나 급격한 금리인상은 시장에 큰 부작용을 낳습니다. 바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불러 일으킵니다. 막대하게 풀린 돈은 이미 부동산 시장의 버블을 형성했는데 연준에서 갑자기 큰 폭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부동산 채권이 부실 채권으로 바뀝니다. 사실 부동산 채권이 형성되는 과정도 엄격한 심사를 통해 이뤄진 것이 아니였으므로 부실화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미국의 금융 시스템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되고 공룡급의 은행이 파산하기도 합니다.
2008년의 시스템 붕괴 위기 이후 벤 버냉키의 유동성 무한 제공이 2010년대 중반까지 이뤄지다가 2019년까지 금리를 인상하며 연착륙을 시도합니다. 당시 금리인상은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습니다. 서서히 올렸고 인상폭도 그렇게 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폭탄이 터집니다. 바로 코로나19입니다. 인재가 아닌 천재지변으로 시장이 위축되어 사람들은 생계를 이어나갈 수 없습니다. 정부는 그간 죄었던 돈줄을 다시 풀기 시작합니다. 시장은 유동성을 환영하므로 안심하며 경제활동을 이어나갑니다.
이쯤되면 여러분은 눈치채셔야 합니다. 유동성 공급이 어딘가에 버블을 형성하고 물가를 올린다는 부작용을 알아차리셔야 합니다.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전쟁도 한 몫하기 때문에 에너지와 식량발 물가 상승이 겹칩니다. 물가를 잘 컨트롤하고 있다고 자신하던 연준은 급격히 방향을 선회합니다.
그런데 그 경사도가 급격하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어딘가 고장이 납니다. 이번에도 몇몇 은행이 파산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물가도 쉽게 잡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위 사진과 같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점점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며 전형적인 침체 국면으로 진입합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일까요?
시장은 침체의 신호를 좋은 신호로 여긴다(BAD is GOOD!!)
그러나 시장은 침체의 신호를 호재로 받아들입니다. 이유는 경기가 망가져야 연준이 금리인상을 쉽게 단행하지 못할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연준이 물가지표와 더불어 중요하게 보는 지표가 고용지표인데 이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시장은 출렁입니다. 연준은 물가지표와 고용지표가 잘 나오면 아직 인상 여지가 남아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금리인상에 민감한 주식시장은 실망하여 금리 인상과 동조하는 채권으로 옮겨갑니다.
반대로 주요 지표가 좋지 않게 발표되어 침체라고 판단되면 시장은 환호합니다. 아이러니하고 웃긴 상황입니다. 시장은 경기가 망가지길 물떠놓고 기도라도 하는 것일까요? 맞습니다. 기도와 더불어 연준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연준은 이코노미스트들이 모인 집단입니다. 그들은 시장과 다르게 데이터 중심의 판단을 하므로 시장이 제시하는 데이터가 '침체'이니 어서 금리를 동결 및 인하하라고 압박하는 것입니다.
우라가미 구니오의 사계는 반복된다
시장이 침체를 환영하는 이유는 바로 다음 단계를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 단계란 연준이 침체를 인정하고 금리를 동결, 인하하는 단계입니다. 이를 우라가미 구니오에 의하면 '금융장세'라고 하는데 사계에 비춰 '봄'으로 인식합니다.
시장참여자들이 우라가미 구니오의 철학을 맹신해서일까요?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시장참여자들은 그들의 경험칙에서도 금리인하기가 주식 투자에 적기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계절이 반복되듯 금리도 인상과 인하를 늘 반복하는데 그들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을 옮겨야 하는 타이밍을 재고 있는 것입니다. 혹은 부동산 투자의 적기를 보는 것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지금 시장은 연준의 실기에 대해 팽배히 대립하고 있습니다. 연준도 이코노미스트의 자존심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실기를 현재 전혀 인정하지 않습니다. 과연 시장은 때마다 발표하는 지표의 나쁨을 이용해 그들의 주장을 관철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정말 연준의 주장대로 견조한 경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모두 앞으로 공개될 연준의 발표에서 제발 '침체'라는 단어 한마디가 등장하길 주목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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