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단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은어로써 등록되어 있습니다. 주로 '늙은이', '선생님', '아버지' 등을 비하해서 부르는 말입니다. 기성세대를 묶어 부른다고 보셔도 무방할 듯 합니다. 필자의 세대에서는 이런 말을 쓰지 않았지만 2010년대가 들어서면서 미미하게 쓰여지다가 2010년대 중반부터 폭발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구글 트렌드 분석이 있습니다. 그런데 기성세대는 이런 말이 불편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런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도 합니다. 그렇다면 기성세대임에도 꼰대를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수 많이 만들어진 세대 그러나 인간의 내면은 동일하다
필자가 20대 시절에 자주 들었던 말은 '세대 차이'란 말입니다. '386세대', '586세대', 'X세대', 그리고 최근에는 'MZ세대' 등 온갖 세대를 대표하는 말이 존재합니다. 명확하게 어느 시대를 대표하는 것인지 그 구분은 어렵지만 세대가 별도로 구분되어 있고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단어가 나오기 전에도 인간이 존재한 이래로 세대 간의 이해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필자가 과거로 역행해서 그것을 확인해 보았을까요? 아닙니다. 이것은 스스로 점검해 볼 수도 있고 우리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인간의 내면에는 세 가지 자아가 있습니다.
- 에고자아
- 경험자아
- 배경자아
1번의 에고자아는 여러분도 많이 들어보셨습니다. 바로 자의식입니다. 자의식이 강한 사람을 주위에서는 에고가 강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기적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논리가 우선되는 사람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합니다.
2번의 경험자아는 변수가 많습니다. 바로 인간마다 놓인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태어나는 장소와 시대을 정할 수 없습니다. 태어나는 곳과 시대가 바로 자신의 운명입니다. 그 운명이 경험자아를 훈련시킵니다. 각자의 환경에 맞게 일어나는 일들을 경험하고 또 같은 일이더라도 각자가 다르게 해석합니다. 경험자아의 경험이 축적되면서 에고자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3번의 배경자아는 마치 신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 신이 천사일수도, 악마일수도 있는 것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어떠한 것이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어쨌든 선과 악의 절대적인 기준에 따라 에고와 경험이 구축됩니다. 감시자의 역할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세대 간의 몰이해는 인간의 숙명이다
위에서 세 가지 자아에 대해서 설명했는데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1번과 2번입니다. 우리는 시간을 직선적으로 경험할 수 밖에 없는데 그 경험은 역시 나이 많은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경험이 많고 나이 많은 사람이 에고자아가 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경험과 논리로만 의견을 말할 수 밖에 없으므로 굳이 세대를 기준잡지 않더라도 인간 각자가 서로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많습니다. 이것이 세대로 구분되어지면 그 골이 깊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기성세대가 경험이 더 많기 때문에 기성세대로써는 자식 세대에게 뭐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앞섭니다. 섵부른 마음이 자식 세대는 참견과 잔소리로 인식되고 그 사이는 좁혀지지 않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마당에 고추를 말리려고 내놨는데 할머니가 무릎이 시큰거리신다면서 곧 비가 올 것이니 고추를 거둬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해만 쨍쨍한데 웬 비가 내린다고 난리시지 하며 우리는 그 이야기를 듣지 않습니다. 여기서 마찰이 일어납니다. 할머니는 무릎이 아프다는 경험과 비를 연결시켜 곧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을 예상했고, 우리는 그저 해가 쨍쨍한 현상만 집중합니다. 잔소리가 오가고 서로의 에고가 강해집니다.
그런데 비가 정말 옵니다. 할머니의 말이 옳았다기 보다는 이것은 어쩔 수 없는 몰이해의 결과입니다. 할머니를 이해하려면 우리는 반드시 비가 오기 직전 무릎이 아파야하는 것입니다.
속칭 꼰대를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실적 뿐이다
세대 간의 몰이해는 당연한 현상입니다. 그런데 이 현상을 인정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할머니는 또 이렇게 이야기 하실 것입니다. '그것 봐라. 이 할머니 얘기를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올 것이야. 쯧쯧...' 이런 말은 하는 사람, 듣는 사람 모두 감정이 상하게 됩니다.
만약 예와 같은 일이 있어서 한 번 이야기했는데 일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냥 할머니 자신이 거둬들이면 됩니다. 너무 많은 말을 하는 것은 서로에게 좋지 않습니다. 권위를 내세우는 것도 실적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빈 수레에 돈이든 행동이든 채워넣어야 요란하지 않는 법입니다.
돈이 나와 하는 말이지만 우리는 부자들을 꼰대라고 하진 않습니다. 고(故) 정주영 회장의 연설도 '라떼는 말이야~.' 하며 이야기를 해도 꼰대라고 듣기 싫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메모까지 해가며 어떻게든 하나라도 배우려고 애를 씁니다. 그리고 그 연설은 유튜브를 통해 수없이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담배피운다고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그걸 왜 피워?' 이 말도 정주영 회장이 한 말입니다. 만약 우리네 아버지가 이런 말을 했다면 우리 마음 깊숙이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었을까요? '아 우리 꼰대 또 시작이네.' 하며 무시하기 바빴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기성 세대는 말보다 행동과 실적으로 이야기하면 됩니다. 말은 공허합니다. 증명하기도 어렵습니다. 말을 많이 한다고 권위가 서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부자거나 인플루언서라면 주위 사람들이 자청하여 당신의 말에 귀기울이려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꼰대 탈출을 위해 현재 세대가 쓰는 이상한 말이나 문화를 알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무의미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곧 그 문화도 사라지고 기성세대의 유물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현재 하는 일에 집중하고 너무 많은 말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필요하면 그들이 당신을 찾을 것입니다. 찾지도 않는데 먼저 나서는 것이 바로 꼰대를 자청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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