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즐겨 먹는 김이 수출전략사업 리스트에 그 이름을 올렸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관련 부처와 회의를 통해 수출 유망 품목 30개를 지정했는데 신수출 유망품목에 김이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최근 들어 수출 효자 품목으로 인정받으면서 검은 반도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김의 위상이 어떻게 높아졌는지 그 역사와 전망에 대해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검은 종이에 밥을 얹어 먹는 민족이라고 조롱받던 대한민국
문화의 차이는 식습관에서도 나타납니다. 유럽을 위시한 서양에서 해초류는 미끈거린다는 이유만으로 식용이 가능한데도 먹지 않습니다. 반면 우리 동양권에서는 오래 전부터 김을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김을 '해의'라고 해서 삼국유사의 기록에 따르면 왕족에게 진상품으로 바쳤다고 합니다.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우리에게 김은 식문화에 있어서 깊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김을 외국 사람들이 보았을 때 혐오스러운 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검은 종이를 밥 위에 얹어서 먹는 것을 보고 이해가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의심이 가는 식재료를 선뜻 먹어보는 것도 그들의 문화에 있어서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용기를 내어 시식을 해보니 입 안에 들러붙어 불쾌합니다.
대한민국이 김 생산에 특화되었던 이유
김의 양식 생산이 가능했던 시점은 조선시대 인조 무렵이었습니다. '김여익'이라는 인물에 의해 창안되었는데 그의 성을 본따 '김'이라고 명명되었다고 합니다. 김씨 가문의 영광입니다. 김씨 성을 가지신 분들이 자각하고 계실까 싶지만 먹거리 중 사람의 성을 본딴 것은 김이 유일하지 않나 싶습니다.
각설하고, 김은 일제 시대부터 그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생산된 김 대부분을 일본이 소비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쌀과 황소를 수탈하듯이 김도 자국으로 수탈해갑니다. 그런데 여기서 양국은 김 생산에 갈림길에 들어섭니다.
한국은 수탈당할지언정 김 생산을 강제적으로 하고 있었고, 일본은 한국이 김을 생산해주니 일본 자국에서의 김 생산은 수지가 맞지 않아 쇠퇴해갔습니다. 그리고 해방이 되면서 생산 시설은 고스란히 한국에 남게 되고 김 생산에 있어서는 일본을 앞서고 있었습니다. 지속하여 김 생산을 하던 한국은 그 명맥이 거의 끊긴 일본에 김을 수출합니다. 해방 이후의 김 수출은 일본이 최대 수출국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수요도 만만찮았기 때문에 그 생산량은 더욱 늘어납니다. 수요는 있지만 식탁에 올리기까지 손이 많이 가는 김을 기업에서 간편식으로 개량하여 판매에 열을 올리기 시작합니다. 무려 6개의 업체에서 동시에 김 사업에 착수합니다. 그 중 우리가 잘 아는 '양반김'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업계 1위를 달성합니다.
그리고 최근 들어 편의점 문화가 발달하여 말이김밥, 삼각김밥, 도시락 등 간편음식이 선호되면서 그 소비는 더욱 증대됩니다. 김은 우선 일본과 한국의 내수만으로도 지탱이 됩니다.
건강식품으로 재조명받은 김, 이제 최대 수출국은 미국
그런데 김이 건강식품으로 부각되면서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아졌습니다. 김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알긴산이라는 미끈거리는 성분으로 인해 위벽을 보호하고, 대변을 부드럽게 하는 성질도 있기 때문에 변비를 예방합니다. 그리고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 등이 풍부하며, 고단백 식품입니다.
서양은 육식과 기름에 튀긴 음식이 많으므로 최근 다이어트나 건강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아졌습니다. 여성들의 반응은 금세 SNS에 퍼지고, 유명 연예인들이 김 섭취를 공유하면서 더욱 인기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건강식품으로 각광받는 이유도 있지만 K-컬쳐의 영향도 크다는 분석도 많습니다. OTT를 통해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의 식재료에도 관심이 커졌는데, 특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김밥이 널리 알려져 김의 역할을 톡톡히 다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의 판매 전략도 주효했습니다. 우리는 주로 김을 밥과 같이 먹지만, 미국 등 서양에서는 밥문화가 없으므로 주로 안주나 스낵으로 즐깁니다. 바삭한 스낵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판매 전략이 먹힌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일본에만 수출을 의존하던 때와 다르게 최근에는 미국, 중국, 대만으로도 수출이 크게 늘어났으며, 현재 수출국가만 114개국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현재 세계 유통량의 70%를 한국이 점유하고 있으며, 수출액은 작년(2022년) 기준 6억 6천만달러에 달하고 있습니다.
수출 목표 1조원은 가시권에 있다, 다만 생산량이 문제
김은 농수산 식품 중 가장 많은 수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수출액 1조원도 머지않아 달성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이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공급이 중요합니다. 최근 전라도 부근 바다의 수온이 오르지 않아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필자도 올해 유독 덥지 않다는 인상을 받고 있는데 역시 바다쪽도 온도가 오르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이는 한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반도는 점점 아열대 기후에 속해지고 있습니다. 항간에 따르면 열대 어종이 점점 북상하여 어획된다고 합니다. 반도체에 빚댄 수출 호조에 찬물을 끼얹는 생산 차질이 잠깐의 우려로 지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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