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파이어족이 되고 지방으로 이사오면서 제 강아지인 럭키와 한적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큰 착각이었습니다. 서울 생활을 할 때에는 단 한 번도 없던 다툼이 강아지 산책때문에 생기기 시작합니다. 왜 복잡한 서울보다 여유롭다 생각되는 지방(시골)에서 사고가 더 많이 나는 것일까요? 그 이유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겠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산책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은 큰 책임감을 필요로 합니다. 애완견이라는 말에서 반려동물이라는 말로 변했듯이 이제는 장난감같은 존재가 아닌 우리와 함께 나이를 먹고 기쁨과 슬픔을 같이 합니다. 인생의 여정을 같이 걸어갑니다.
그런데 강아지는 특성상 활동성이 높은 동물이므로 가급적 하루에 1회 이상의 산책이 필요합니다. 특히 실외배변이 습관이 된 강아지는 바깥 외출이 없으면 아주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강아지의 신체와 정신 건강상 산책은 절대적인 조건입니다.
그래서 견주는 강아지를 산책할 때 몇 가지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습니다.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겠습니다.
- 반드시 배변 봉투를 챙겨 배변을 수거한 뒤 집에 와서 처리한다.
- 반드시 목줄이나 하네스를 연결하여 견주가 통제할 수 있도록 한다. 강아지는 길고양이나 다른 강아지를 보면 뛰쳐나가는 본능이 있다. 더군다나 사람에 대한 공격성이 없을 것이라고 단정짓지 말라.
- 자신이 강아지를 사랑하는 마음처럼 반드시 다른 사람도 사랑해 줄 것이라고 착각하면 안된다.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으므로 맞은편에서 사람이 오면 줄을 짧게 잡거나 잠시 서서 기다린다. 이 때 통행인과 강아지 사이에 견주가 서는 것이 좋다.
- 만약 통행인이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이더라도 줄을 짧게 쥐고 서로 의사를 확인한 다음 강아지를 인사시킨다. 합의가 되지 않았는데 자신만 마음이 앞서 허락도 없이 목줄을 늘어뜨리는 견주가 있다. 상당한 실례다.
- 견주 간에 무언의 합의가 있은 뒤에도 강아지를 유심히 지켜보라. 가끔 프리징(긴장)을 하는 강아지가 있는데 이것은 더이상 인사를 하고 싶지 않다는 경고이다. 갑자기 돌변하여 공격할 수 있으므로 견주가 유심히 봐야 한다.
이제 이런 에티켓은 TV프로그램이나 유튜브와 같은 미디어를 통해 많이 습득한 정보입니다. 강아지와 함께 하는 삶에 대해 견주가 공부하게 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행동을 하게 만듭니다. 산책이 즐겁기도 하지만 책임감도 함께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무게가 느껴집니다.
지방(시골)이 주는 자유로운 이미지가 방종을 만든다
그러나 문제는 지방(시골)입니다. 필자는 위에서 잠깐 언급했다시피 서울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다른 견주와 단 한번도 마찰이 없었습니다. 자주 마주치는 견주와는 살갑게 인사하고, 강아지 이름도 물어보며 강아지들끼리도 인사하게 하면서 즐거운 산책을 했던 기억입니다.
그런데 지방으로 이사를 오면서 제 산책 라이프는 산산히 깨지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꽤 많은 견주들이 강아지를 풀어놓고 산책을 시킨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지방(시골)이지만 서울과 마찬가지로 도로에는 차들이 많이 다니며, 인도에는 사람들도 많이 다니는데 당당히 풀어놓고 산책을 합니다.
이런 일이 소수라면 성급한 일반화인 것 같아 포스팅까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오늘 새벽에도 갑자기 달려든 강아지때문에 상대 견주와 마찰이 있었습니다. '도대체 왜?' 라는 의문만 머릿 속에 맴돕니다. 더욱 웃긴 것은 필자는 그 견주가 늘 강아지를 풀어놓고 산책을 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마주치면 사고날 것을 염려해 다른 길로 산책을 했음에도 마주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결국 언성이 높아지고 상쾌한 아침이 망가지고 맙니다.
이 때 견주가 방어를 잘하면 강아지가 물릴 일은 없기 때문에 잠시 언성만 높이고 끝나지만, 만약 개물림 사고가 나면 골치가 아픕니다. 뜯어 말리는 와중에 어떤 견주는 왜 자기 강아지를 때리냐며 오히려 적반하장입니다. 어쩔 수 없이 경찰을 부릅니다. 필자에게도 여러모로 소모적인 일이 됩니다.
이제 강아지와 즐거운 산책 라이프가 온갖 신경을 곤두세워 해야하는 노동이 되어 버립니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것도 포기합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다들 강아지를 풀어놓고 산책을 할까 생각해보니 시골은 '자유'라는 이미지가 강한 것 같습니다. 한적하고 누구에게도 참견받기 싫은 곳이 시골이랄까요? 그런데 이렇게 타인에게 피해를 주므로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방종입니다.
동물을 사람이라고 착각하면 안된다 동물의 본능을 경계하라
우리가 강아지를 키우는 것은 자식을 키우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처럼 키우는 것은 오히려 강아지에게 큰 스트레스입니다. 강형욱 훈련사는 강아지에게 사람한테 하는 것처럼 많은 말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강아지가 알아듣지도 못할 뿐더러 강아지 입장에서는 사람이 낑낑댄다거나 이유없이 화를 낸다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강아지가 우리 말을 잘 알아듣는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말귀를 잘 알아들으니 길에서도 내 통제에 잘 따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입니다. 강아지가 산책을 하는 시간이야말로 본능에 가장 충실한 시간입니다. 어떤 일로 강아지가 돌변할지 모릅니다. 그런데 줄을 풀어놓았다면 그 견주는 사고가 나는 것을 그냥 지켜보겠다는 것입니다.
이건 여담이지만 최근 교황에게 축복을 내려달라고 아기바구니를 가져 온 여성이 교황에게 크게 혼났다고 합니다. 이유는 바로 아기바구니에 아기가 아니라 강아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황당합니다. 자신의 생각이 타인에게 당연히 받아들여질 것이란 착각은 불쾌함을 불러옵니다.
동물은 어디까지나 동물로 대하고 감정의 표현이 보장된 집에서만 애정을 표하시길 바랍니다. 외부에서는 늘 조심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에티켓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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